인생9단_양순자
인생9단
양순자
37세부터 교도서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 상담 1940년생
이별의 달인이 돼라
살다가 맨 마지막에 오는 이별은 죽음이다. 제일 큰 이별이다. 몇 십년 동안 씻고 입히고 먹이고 가궈온 몸하고 이별하는 거다
쿨한 이별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게 뭐라고 하면 집착이다.
보든 사람들이 전부 다 사형수이다. 사형집행 날짜만 정해져 있지 않을뿐 언제 교통사고가 나든지 가스가 폭발한지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다
매년 12월 말일에 유서를 써
유서에는 내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 내가 잘못을 빌어야할 사람. 고암움을 표시해야 할 사람.
세상 사람들 죽을 때 평안하게 죽울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나는 정말 행복하게 갈 것 같다. 너희들 덕에
오직 한 가지 슬픈 것은 너희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억시 한 없이 슬프구나
그러나 눈 감으면 다 잊혀지겠지
차곡차곡 쌓인 한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한꺼번에 폭발할 수도 있단 말이지. 공중전화 오래 쓴다고 핀잔줬다고 죽이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야. 샇이고 샇여서 폭발하기 직전에 작은 계기를 줘서 그런거라고. 핀잔을 안 줬더라면, 노려보는 게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쳐다봤다면 죽은 사람의 운명도, 죽인 사람의 운며이도 달라졌을 거야.
누가 내 발을 밟아도 한번 웃어주고, 그게 다 사랑이다. 그 한 번의 웃음이 맺혀 있던 한 하나를 풀어주는 거라니까. 내 깜냥이 아닌 사랑까지는 넘볼 것도 없고 지금 당신 속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랑, 그놈 엉덩이 툭툭 쳐서 세상에 한 번 내보내란 말이야.
놀이터나 길가에 유리조각이 있으면,
그걸 보고 행여나 누가 다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바쁘다고 귀찮다고 그냥 가지 말고 치워봐
스레기통이 너무 멀리 있으면 한 쪽 구석으로라도 치우면 돼
그렇게만 해도 기분이 개운해질 거야
감동한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지
사람이 자기가 관계 맺고 있는 사람한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게 얼마나 슬픈 일이야. 차라리 어쩌다가 배신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내가 저 사람한테 소중한 사람이고 저 사람이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 게 훨씬 좋지 않아
사람은 자기가 보는 자신의 모습대로
행동하기가 쉬워
그게 좋은 모습이든, 나븐 모습이든 말이야
당신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면
생각이나 행동도 자연스럽게 귀하게 되는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도 당신을 귀하게 대접해주고 말이야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는 사람을 누가 귀하게 대접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