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12,3,4
한비야
1958년 서울 태상 5년간 음악다방 DJ, 영어소설 번역, 홍익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미국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 국제 홍보학 석사학위, 국제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라 한국지사에서 근무. 고속승진, 어느날 세계일주를 위해 배낭 여행으로 7년간 세계를 돌아 다님.
여성동안, 필 등에 여행기를 장기연재, 동아일보에 연재칼럼을 집필,
‘ 나 홀로 여행’은 나 자신과의 여행
왜 오지로만 여행을 다니나요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수없이 받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배낭을 꾸리게 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게 하는 이 원동력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여행이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해야 옳다.
2,100일간의 세계일주로 걸어서 홀로 오지여행을 이루어낸 한비야가 K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다 다르지만 또한 K다 똑같다는 것. 겉모습과 말과 생활은 달라도 인가나에 대한 사랑은 어디서나 다르지 않았다. 가난할수록 이웃을 사랑하고, 환경이 어려울수록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오지 사람들.
지금 세상에는 또 하나의 종족이 일어서고 있다. 21세기 유목민 국제 배낭족이다. 배낭 하나에 살림살이 모두를 넣고 다니며 온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사람들. 국적도 다양하고 신분과 연령층도 다양하다. 혼자 다니는 이도 있고, 커플로 다니는 이도 있고, 온가족이 다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여행이다. 그러므로 익숙한 것을 버리고 늘 새로운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살아가는 형태가 유목생활인만큼 사랑까지도 유목민답다. 길위의 사랑이 아무리 진한 감정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주저앉지 않는다. 인연만큼만 사랑하고 인연따라 헤어진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이라면 내가 가진 마지막 땀 한 방울, 에너지 한 방울도 아낌없이 썼노라고 내 자신에게 떳떳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알래스카라고 대답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알래스카는 갈 때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구 태고적 신비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일까. 하늘과 땅과 바다가 연출하는 자연의 조화를 두루 보여주는 곳이라서일까. 거대하고도 광활한 대자연 앞에 서면 인간이란 얼마나 힘이 없고 하찮은 존재인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형태의 인생을 살다가 만난 네 사람이 여러 각도의 생각과 의견을 충돌없이 주고받는 것 자체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여행을 통해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다름아닌 대자아로서의 나와 우리의 위치를 깨달은 것이다. 나는 우리 가족의 딸이자 한국의 딸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딸,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딸이라는 그 놀라운 자각 말이다. 우리들은 저마다 세계라는 조각그림의 한 조각으로서 각자의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서로 합쳐 한 그림으로 연결되어야만 비로소 생명과 존재가 드러나는 지구촌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에스키모가 아내를 빌려준다고 해서 ‘ 아, 얼음집 안이 몹시 추울 테니 여자를 안고 자면 좀 따뜻하겠다’하고 아주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우리에게는 아주 이상해 보이는 이런 풍습이 극한 상황에서의 너무나 처절한 종족보존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에스키모나 몽골의 유목민들은 아주 외진 곳에 살았기 때문에 근친혼이 불가피해서 비정상적인 아이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누가 오면 그 사람의 ‘씨’를 받아 종족의 열성화를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주장에 수긍이 갔다.
한 나라의 문화와 풍습은 이렇게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틀렸다거나 나쁜 것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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