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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토리

소유의종말 _ 제러미리프킨

소유의 종말

 

 

지은이 : 제러미 리프킨

사회 비평가이자 노동의 종말, 바이오테크 시대 같은 베스트셀러의 저자

표면적으로는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현상들의 저변에 흐르는 조류를 날카롭게 파악하는 안목과 복잡한 현실을 명쾌한 개념으로 요약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1부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3. 무게 없는 경제

4. 지적 재산의 독점

5. 서비스 세상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7. 삶으로서의 접속

 

2부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10. 탈근대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물적 자본의 소유권이 한때는 산업 사회의 근간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주변적 지위로 밀려 난다. 기업은 물적 자본을 자산이 아닌 단순한 경상비로 취급하게 된다. 가급적 소유하지 말고 빌리자는 인식이 뿌리내린다. 반면 지적 자본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이제 물적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적 자본은 여간 해서는 교환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지적 자본을 단단히 거머쥔 채 제한적으로 임대하거나 사용권을 빌려준다.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 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산업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무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되고 있다. 요즘은 후속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겠다는 계산으로 상품을 아예 공짜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서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뀐다.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된다.

지구 전역으로 뻗어 있는 통신망을 거느린 다국적 미디어 기업은 세계 곳곳에서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캐내어 문화 상품과 오락으로 재포장한다. 세계 인구의 1/5은 공산품과 기본 서비스를 구입하는 비용과 거의 맞먹는 돈을 문화적 경험에 접속하는 데 쓴다. 개개인의 삶은 사실상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린다.

상업 시대가 접속 시대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은 20세기 초반 상품의 생산에서 기본 서비스의 제공으로 강조점이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이제 상업 영역은 서비스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다시 한번 강조점이 바뀌는 중요한 변환기에 있다.

개인의 삶 속에서 유료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양이 많아지면서 문화적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분야에서 많은 고용 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가령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그가 자동차 판매상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똑같은 자동차를 임대의 형태로 빌릴 경우 사용자와 공급자의 관계는 지속되며 계약 기간 동안에는 중단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소비자와의(상품과된 관계)를 선호한다. 얼마든지 갱신할 수 있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영속적인 교분을 맺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임대, 가입, 등록, 수입료 등을 통해 이런저런 형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모든 시간은 영리적 시간이 되어버린다. 문화적 시간은 기울고 인류는 영리적 고리를 통해서만 문명을 지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탈근대 사회의 위기이다.

다가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간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 고리로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남겠느냐>하는 것이다.

문화 영역이 상업 영역으로 흡수되면 인간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21세기의 인간은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교점이라는 의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새로운 과학, 제품, 서비스를 미처 경험할 시간이 없다. 어느새 더 개선된 후속 모델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유라는 발상은 이런 초경쟁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될 기술이나 제품을 구태여 왜 소유 하겠는가

타임 워너의 월터 잭슨은 <구체제가 클럽이었다면 신체제는 네트워크>라고 갈파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핵심적 의미를 이보다 잘 요약한 말도 보기 드물다.

경제의 모든 영역이 지리적 시장에서 사이버스페이스로 이동하고 물건과 서비스의 판매에서 모든 인간 경험 영역의 상품화로 옮겨 가기 시작하면 할리우드의 조직 모델은 상업 행위를 조직하는 전범으로 여겨질 것이다.

 

3. 무게 없는 경제

 

부서와 부서 사이에 칸막이를 세워두었던 산업 시대의 업무 공간은 회사 조직의 위계적 형태처럼 설 자리를 잃었다. 네트워크 환경에서 개인적 공간은 사회적 공간으로 바뀐다. 함께 일하면서 끊임없이 정보, 지식, 식견을 공유해야 하는 프로젝트 팀에는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확 트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무 환경에서는 공간을 개인적으로 소유하면서 타인을 배제하는, 무조건 소유하고 보겠다는 발상은 금물이다. 접속의 시대에는 동료에게 거리낌없이 바로 다가갈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음악 상품을 이렇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사례의 하나이다.

유행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길 원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을 낙으로 삼기 때문에 여전히 백화점과 쇼핑몰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전자 상거래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면서 종래의 소매 시장이 위축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더 싸고 편하기 때문이다.

 

돈의 탈물질화

커츠먼은 탈물질화한 새로운 돈의 형태는 <전화선을 통해서, 광섬유 고속도로를 통해서, 위성을 통해서, 전파 중계소를 통해서 전송되는...... 연산의 기본 단위, 곧0과 1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커츠먼은 이 새로운 돈을 그림자에 비유한다. <이 차가운 잿빛 그림자는 볼 수는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감촉이 없다. 무게나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돈은 이미지다.>

새로운 사이버 경제는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스마트 카드, 디지털 화폐는 돈이 오가는 세계의 규칙을 바꾸어놓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기업과 소비자의 상품과 서비스 교환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25년 뒤면 딱딱한 경화는 경제 활동의 성격과 형태가 물질성에 기반을 두었던 흘러간 옛날의 추억거리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저축의 감소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20세기 내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신용 판매 부문에서는 수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세기 말의 미국인은 20세기 초의 미국인보다 저축을 훨씬 덜하게 되었다. 축적이 아니라 발빠른 회전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고 경제 활동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저축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으로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이---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소비자도 점점 그런 추세로 나아가고 있지만---- 돈을 버는 족족 써버리고 모아 놓은 돈 없이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 카드를 쓸 수 있는 한, 사람들은 굳이 수입을 저축이라는 형태의 재산으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이 문제를 조사한 의회에서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의회 보고서는 <전례 없이 용이해진> 신용 대출이 많은 미국인을 저축인에서 채무인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결론지었다. 재산 소유를 금과옥조로 여겼던 시절에는 파산 이란 한 개인에게는 수치스러운 낙인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워낙 흔한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다양한 형태를 띤 재산의 보유보다 상거래 기회에 대한 단기적 접속 권리의 확보가 더 중요해지는 새로운 사회에서 실제로 저축은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벌어들인 수입을 당장 지출하기에 여념이 없고 은행은 쏟아지는 제품을 척척 구입할 수 있도록 신용 한도를 늘려주기에 바쁜 상황에서, 저축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마저 있다. 유럽, 아시아, 남미의 개인 저축률은 미국보다 아직은 조금 높지만 신용 카드 회사와 은행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재산 형태의 저축보다는 신용 대출이라는 단기적 접속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만큼 신용 카드 사용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아웃소싱 방식의 소유

 

모든 분야, 모든 업종의 기업이 자신의 핵심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앞다투어 과감하게 처분하고 있다. 기업인들을 지배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은 <의심스러우면 밖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기업의 일차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나 업무가 아니라면 외부 하청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아웃소싱은 거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꼽는 아웃소싱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아웃소싱을 하면 기업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수익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지원 기능을 외부 지원업체에 맡길 수 있다. 둘째,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값비싼 설비를 구입하거나 기업의 수익 창출에 직결되지 않는 주변적인 업무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끝으로, 리스처럼 아웃소싱도 상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짐에 따라 정신없이 바뀌는 시장 상황에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구식공장, 노후한 설비, 고루한 경영 시스템과 업무 추진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기업이 망하는 첩경이다. 아웃소싱을 통해 장기적 소유에서 단기적 접속으로 과감히 방향을 전화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다.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 과정에서 점점 부차적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 시대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물리적 형태 안에 담겨 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새로운 상행위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나이키이다. 나인키는 내용으로 보아도 그렇고 추구하는 바도 그렇고 이제는 가상 회사가 되어버렸다. 일반인들은 나이키를 운동화 제조업체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나이키는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을 갖춘 연구 디자인실이라고 보아야 옳다. 나이키는 내세울 만한 공장도, 기계도, 설비도, 부동산도 없다. 대신에 나이키는 동남 아시아에 광범위한 공급업자들의 망---나이키는 이들을 <생산 협력업체>라고 부른다---을 구축하여 본사에서 디지인한 수백 종의 운동화와 각종 운동 장비를 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나이키는 광고와 마케팅 업무도 과감히 아웃소싱했다. 사실 1990년대에 들어와 나이키의 매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웨이든 앤드 케네디 사의 혁신적 광고 전략에 적지않이 힘입었다. 이 광고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나이키의 입지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이 회사는 동남 아시아에 있는 무명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그 개념의 물리적 형태를 생산한다. 무명의 공급업자들에게 제품의 생산을 맡기는 이런 새로운 네트워크 방식의 사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작가이며 언론인인 프레드 무디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

 

네트워크 경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새로운 회계 모델에서 물리적 자본은 회계 원장의 자산 항목으로부터 비용 항목으로 이동하여 경상비로 처리될 것이고, 무형 자본은 자산 항목으로 이동할 것이다.

 

5. 서비스 세상

 

통과 의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욱이 자율성과 기동성의 가치를 유난히 높게 평가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막중한 가치를 기계를 통해 이상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자동차라고 본다.

소유가 임대의 형태로 바뀌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형 자동차의 출고 가격이 오르면서 비싼 할부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재산은 고정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통용되는 특정한 시대와 장소의 기호와 변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유동적 개념이 된다. 가령 중세 사람들이 생각한 재산과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재산은 판이하게 다르다.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접속의 시대는 한마디로 모든 인간 경험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앞으로 생산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판매 중심에서 관계 구축 중심으로 궤도 수정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아마존과 나이키처럼 메드코는 순수 마케팅 회사에 가깝다. 공장을 소유해야 하는 부담, 연구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회사는 실질적으로 재산을 보유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자산은 고객에 접속할 수 있는 힘, 최종 사용자와 장기적으로 상업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다. 마케팅 관점이 제조 방식보다 우위에 올라서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생산 관저머에서 마케팅 관점으로 인식을 젆롼해야 할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강좃한 혀너대 경경 기법의 아버지 핕터 드러커는 이렇게 썼다.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사회가 부를 낳는 자원을 기업에 위임한 것은 고객에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마케팅은 제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특이한 사업 기능이다....... 모든 사업을 최종 결과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서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소명이 모든 사업 부문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는 기업에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생산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마케팅 근시라는 중요한 논문에서 하버드 경영 대학원 명예교수 시오도어 레빗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쏟는 정성에 비해 고객에게 쏟는 정성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기업을 질타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야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기업의 목표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모든 최신 마케팅. 경영 이론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불연속적 매출의 확대라는 협소한 목표에 연연하는 것보다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7. 삶으로서의 접속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가지 우리가 떠받들어 온 모든 경제적 토템은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다.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서는 것은 역사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상업적 우상이다.

네트워크 경제의 탄생, 물품의 점진적인 탈물질화, 물질적 자본의 비중 감소, 무형 자산의 부상, 물품의 순수한 서비스로의 변신, 생산 관점을 밀어내고 사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마케팅 관점, 모든 관계와 경험의 상품화 등은 사람들이 서서히 시장과 재산 교환을 뒤로 하고 접속의 시대로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첨단 글로벌 경제에서 급격하게 벌어지는 구조 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어디로 눈길을 돌리건 이제 접속은 사회적 관계의 잣대가 되었다. 차량, 부동산, 보건, 심지어는 곡식의 종자와 생물학적 과정까지도 접속 관계로 정의되는 새로운 세계를 수용하기 위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접속은 사유 재산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유 재산의 장단점은 많은 철학자들이 한번쯤 짚고 넘어간 문제였고 그 과정에서 떠들썩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접속은 거의 토론을 거치지 않으면서 어느새 정치 기구 안으로 스며들었고 개인 생활과 공공 생활의 구석구석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폐쇄된 공동체

CIDS(COMMON INTEREST DEVELOPMENTS : 공동 관심 단지)

 

지난 25년 동안 ,CID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상업적 가치가 전면으로 등장하고 시민적 가치가 생활의 변방으로 밀려난 의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베티나 드루는 <예일 법보>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공동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의 가치관이 미국인의 가정 생활 안으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는지를 시사한다.>

CID의 경제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논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많은 미국인들이 공동 관심 단지에 있는 집을 사는 것은 재산권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노골적인 표현이라는 점이다. 폐쇄 공동체가 갖는 이점의 하나는 가치관이 비슷하고 경제력이 엇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살고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람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집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한 대로 사람들이 굳이 ,CID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이유는 특별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서비스, 시설의 네트워크로 편입되고 싶다는 욕심, 다시 말해서 자기 마음에 드는 생활 방식을 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미래학자 제임스 오길비는 이렇게 지적한다. <체험 산업의 성장은 산업 혁명이 생산한 물건의 효용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아직 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뭔가 라고 묻지 않고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 중에서 체험하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후원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 다시 말해서 목표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생활과 밀착된 행사를 통한 마케팅은 기존 제품의 인지도를 넓히고 신제품을 소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기여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서민의 구체적인 삶 속으로 파고드는 행사나 활동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행사 집단 소식지는 <지역 사회에 뿌리를 둔 행사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국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잠재 고객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라는 권고에 다름 아니다.

 

10. 탈근대

 

인쇄는 문맹률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새로운 시장과 노동 및 조직 환경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의사 KTH통 수단을 후손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요컨대, 인쇄는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울리는 마음가짐과 세계관을 안겨주었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혁명을 몰고 온 컴퓨터는 문화 자원과 실체험의 마케팅, 접속 관계에 바탕을 둔경제를 운영하는데 더없이 이상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는 사람의 의식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컴퓨터 통신은 직선으로 전개되지 않고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순서와 인과는 밀려나고 그 자리에 연속적이고 통합된 활동의 총체적 장이 들어선다. 인터넷 세계에서 주체와 객체는 접속점과 네트워크로 바뀌며 구조와 기능은 과정 안으로 흡수된다. 컴퓨터의 조직 방식, 특히 병력 계산은 문화 체제의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모든 층위에서 끊임없이 수정되고 쇄신되는 역동적 문화의 관계망 안에서 모든 부분은 하나의 접속점이 된다.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1795년에 쓴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하여> 라는 책에서 프리드리히 실러는 <사람은 가장 안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라고 썼다. 문화 영역의 순수한 놀이는 인간적 결속의 숭고한 표현이다. 우리는 남과 어울리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깊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집단적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놀이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잠시 동안 경계심을 접어두고 자기를 내던지면서 남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의 희열을 경험한다. 남들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희열을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놀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놀이도 희열도 결국은 경험의 공유이다. 숲을 손자 거닐 때 느끼는 잔잔한 희열도 나를 둘러싼 생명과 혼연 일체가 된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다.